"내 옆에 눕지마. 내 갑ㅏ기 좀비로 변할 수도 있잖아. 내 방 가서 자."
"상관없어. 좀비가 되면, 엄마 꼭 물어 줘."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진심이야. 꼭 물어야 해." - 65p
"네가 살아야 끝나."
뱀술을 먹고 좀비가 된 아버지. 온전한 애정은 아니여도 그를 보낼 수 없는 가족. 보통의 좀비물에서 나오는 애틋한 가족관계가 아닌 현실적인 부녀지간이어서 좋았다. 가부장적이고 술을 달고 사는 아버지. 같은 집에 살지만 자기 삶을 사느라 바쁜 딸. 뱀술을 먹고 거대한 뱀 몸속의 기생충 때문에 좀비가 되었다는 설정도. 그리고 위령제를 지내며 전염병이 지나가길 바라는 모습도 묘하게 한국적이고 발칙해서 재밌었던 소설.
그와중에 딸과 엄마의 관계가 공감이 가서 눈물도 찔끔 났다.
책 추천도 많이 들었지만, 표지의 팝하고 힙한 느낌에 반에 전자책으로 구매한 단편 소설집. 표제작 "칵테일, 러브, 좀비"의 독특한 단어의 조합이 재밌었다. 제목만 봤을 때는 좀더 세련되고 유쾌한 분위기의 소설을 상상했다. 넷플릭스의 "러브, 데스 + 로봇"이 생각나서 더 그랬다. 실제 소설은 뱀술, 가족간의 사랑, 전염병 처럼 일상적인 언어와 분위기여서 전개가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첫번째 작품 "초대" 다. 작고 하얗고 날카로운 가시 하나가 머릿속에 선명히 남는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중후반부 분위기 반전도, '가시'로 대표되는 폭력에 대한 은유도 좋았고, 습하고 까슬까슬한 비포장도로를 걷는듯한 기분이 드는 작품이었다.